8월은 전국적으로 물폭탄을 맞았던 흉흉했던 터라 꽃 구경은 고사하고 공원 나들이를 가는 것도 힘들었던 한 달이었던 것 같다.
무덥기도했고 폭우도 많았던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올 여름 마지막으로 여름 꽃들을 만나보러 물향기 수목원으로 향했다.
지하철 역에서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서 서울에서도 근교로 당일치기 나들이 다녀오기 괜찮은 것 같다.

방문시기 : 2022년 8월 26일

물향기 수목원
위치 : 경기 오산시 청학로 211
운영시간 : 매일 09 :00 - 18:00 (매주 월요일 휴무)
- 하절기 6월 ~ 8월 19:00까지 운영
- 동절기 11~2월 17:00까지 운영

물향기 수목원은 입장료는 저렴한데 비해서 주차료가 조금 비싼 것 같다.
대신 이용시간은 따로 정해져있지 않은 점은 장점인 것 같다.
대형차는 버스기준이라 카니발 같은 승합차까지는 중형 3천 원에 해당한다고 한다.
새벽에는 무료개방인데 06:00 부터 08:00까지 입장하고 08:30에는 퇴장해야 한다.


물향기 수목원은 매주 월요일이 휴원이다.
(연휴나 공휴일이 월요일이면 그다음 날 휴원)
하절기 6월 1일 ~8월 31일 기간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3월1일부터 5월 31일 그리고 9월 1일 부터 10월 31일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 가능하다.
동절기는 1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한 시간 더 단축되는 오후 4시까지 입장


앞에 차 진입로를 지나서 입구 쪽으로 향하면 매표소가 두 군데 있는데 나는 무인매표소로 향했다.
무료 및 할인 대상자 분들은 매표창구에서 발권 후 입장해야 한다.
입장료 : 어른 1500원 / 청소년,군인 1000원 / 어린이 700원


입구 들어서면 보이는 피크닉 존이 있어서 돗자리를 들고 오지 않아도 김밥이나 도시락을 싸와서 먹기 좋을 것 같다.
테이블마다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서 자동적으로 거리두기가 가능하다.


로마시대 정원을 관리하던 한 정원사가 자신이 만든 정원의 나무에 '가다듬는다'는 뜻의 라틴어 이니셜 토피아(topia)를 새겨 넣은 데서 유래하였다는 토피어리
자연 그대로의 식물을 인공적으로 다듬어서 여러 동물 모형으로 보기 좋게 만든 작품 또는 인공적으로 다듬거나 자르는 기술이라고 한다. 중간중간 공룡 모형으로 다듬어진 토피어리도 보였다.

전정형부터 유인형, 심는 형, 꽂는 형의 다양한 종류의 토피어리도 설명되어있다.
물향기 수목원 내에는 주로 전정형 방법의 토피어리 식물들이 구비되어있었다.

푸릇푸릇하게 조성된 공원을 거닐으니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미로정원을 향했는데, 같이 간 언니가 예전에 왔을 때랑은 많이 다른 느낌의 미로원 같다고 했다.
그때는 정말 미로처럼 빼곡히 나무들이 들어차 있었는데 너무 듬성듬성해서 미로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꼭꼭 숨지 않아도 그대로 통과가 가능한 나무 두께 같달까?
어딘지 모르게 제주도 같은 분위기도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흔히 알고 있는 미로 느낌은 아닌 공간이었다.

물향기 수목원은 산책로 조성이 잘 되어있는데 규모가 꽤 커서 하루에 다 둘러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공원 입장료 1500원이 비싼 건 아니지만 미로원만 봤을 때만 해도 입장료가 아깝다고 생각했었는데 우연히 기대하지 않았던 맥문동이 즐비한 길을 보고 소위 말하는 ‘뽕을 뽑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도 길가 주변으로 줄 나란히 서있는 맥문동을 보고 너무 예뻐서 감동해버렸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날.

하얀 들꽃들도 듬성듬성 같이 피어있어서 잘 어울리는 모습.
맥문동의 꽃말은 겸손, 인내, 기쁨의 연속이라고 한다.
뭔가 겸손한 자세를 지니고 인내하면 기쁨이 계속된다는 의미인 걸까?


보라색이라 라벤더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맥문동은 음지를 좋아해서 나무 아래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맥문동 꽃이 피는 시기는 6월부터 8월 사이에 만나볼 수 있는 꽃이라 8월 말 방문했던 시기에도 많이 피어있었다.


보라색 맥문동과 초록 풀잎이 빛을 받아서 일렁이는 모습이 마치 한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망원 카메라가 아닌 번들이라 몽글몽글한 느낌은 담기지는 않았지만 날이 좋아서 그런가 참 예뻤다.

도로 양쪽 가로수 주변으로 맥문동이 깔려있는 모습이 보라빛 카페트 같다.

맥문동이 피어난 길가에서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 산책로 조성도 잘 되어있었다.
커플들이 데이트하기에도 참 좋은 곳.
공원 규모가 좀 큰 편이라서 오래 걷기는 힘들긴 하지만 중간중간 쉼터랑 피크닉 존도 잘 마련되어있기는 하다.


우리가 방문했던 날은 온실 건물이 새로 지어지고 있는 건지 공사 중인 것 같았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어차피 온실 구경을 하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둘러보지는 않았는데 입장료를 생각하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하다.


대신 현충사 비 왔을 때 가보고 만개한 배롱나무를 못 봤었는데 식물원 옆에 아직 꽃이 저물지 않은 배롱나무를 발견했다.
100일 동안 피고 지고 하는 꽃이다 보니 시기를 완벽히 맞추기는 어렵지만 가을 단풍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그래도 구경할만하지 않을까 싶다.

수국인 줄 알았는데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 녀석의 이름은 불두화라고 한다.
꽃 모양이 부처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고 4월 초파일을 전후로 만개해서 절에서 정원수로 많이 심는다고 하는데 간혹 사찰에 방문했을 때 봤던 기억이 있다.
여름이 다 지나가는 시기라 많이 시들해 보이기는 했다.

주변으로 능소화도 피어있었는데, 7월이 가장 만개하고 예뻤을 것 같다.
지난주 방문했을 때는 거의 다 져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반가웠다.
여리여리한 능소화였다!
능소화는 넝쿨째로 드리워져 있는 게 아름다워 보인다.

산림 전시관도 있다.
내부를 들어가기에는 나름 오산 당일 투어를 잡고 움직였던 날이라 하루 일정이 빡빡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전시관을 관람하는 것보다 자연 주변 경관을 둘러보는 걸 더 선호하다 보니 아쉽지는 않다.
수목원 내 이용할만한 공간이 많이 제공돼서 주말에 사람들이 많이 방문할 때는 전시관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산림전시관 앞에 있는 나이 많은 큰 나무 노거수는 보호수로 지정해 보호해왔으나 고사돼서 물향기 수목원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얼마 전 우영 우에서 나왔던 500년 되었다는 팽나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는 말을 들었다.
드라마 흥행으로 갑작스럽게 방문객이 늘어나서 이런저런 말이 많던데 뿌리 부분이 일찍 고사되어 노거수가 되고 박물관에 이렇게 전시되는 현상이 되면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앗!
오리 친구들 안녕?!
오리 가족이 연못으로 떼지어 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이 중 한마리가 엄청 물보라를 일으키며 싸움을 걸어대는 진 관경이 있었는데 오리싸움 구경은 난생처음이라 신기하기도 놀랍기도했다.
주변에 먹을 게 없나 거닐며 돌아다니는 귀여운 야생 오리들

걷다보니 발견한 무궁화.
무궁화는 현충사에서 많이 봤었던 터라 큰 감흥은 없었다.

전망대 가는 길근처에 있던 피크닉 존도 좋아보였다.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싸와서 도시락을 먹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귀여운 청설모 두마리가 잣나무 아래서 솔방울을 들고 나무 위로 오르려고 하는데 무거운 솔방울이 자꾸 떨어져서 오르락 내리락 거렸다.
외국 청설모는 보면 우락부락하게 생겼는데 우리나라 숲에서 발견되는 청설모들은 늘씬하고 귀엽다. 청설모가 외래종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청서(Korean Squirrel : Sciurus vulgaris)는 외래종이 아닌 국내 토종 야생동물이라고한다.
청설모가 더 많이 보이는 이유는 청설모는 겨울철 동면을 하지 않기 때문이고, 참나무 숲이 필요한 다람쥐와 달리 도시 주변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강인한 생존력을 지니고 있어서라고한다. 청솔모 개채수가 갑자기 늘어났던 바람에 다람쥐가 보이지 않게 되자 외래종으로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오보가 보도된 적이 있어서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간 것이다.
실제로 청설모는 잣이나 호두같은 견과류만 먹고 살며 나무에서 생활해서 다람쥐를 잡아먹지도 다람쥐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고 한다. 물론 다람쥐들에 비해서는 조금 근육질인 것 같긴 하지만 ‘나쁜 애 아니에요. 착하고 귀여운 동물이에요. 핍박하지말아요 우리…’

연못 주변으로 연잎들도 보였는데 연꽃은 다 져버렸던 상태.
8월 초에 왔다면 더 볼만했겠지만 그 시기에는 기상이후 때문에 날씨가 비가 많이 내리고 날이 항상 안 좋았던 것 같다.

메타세콰이어 길도 있어서 정말 군데군데 볼거리가 가득한 것 같다.
사람들이 없을때 잠시나마 마스크를 내리고 피톤치드를 느껴본다.

동물숲 친구들도 만나고 예기치 못했던 맥문동에 백일홍까지 군데군데 볼거리가 가득했던 물향기 수목원.
한바퀴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보니 단풍나무도 있던데 피크닉 도구를 챙겨서 가을에 단풍구경하러 한번 더 방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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