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daily

독서기록 - 손원평 장편소설 아몬드

by 미스집오리 2022. 4. 15.
반응형


한국형 어덜트 소설의 시초라고 불리는 성장소설 아몬드를 읽어봤다.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구역에서 탑 10 안에 늘 놓여있던 책이었다.

매번 한 번 봐야지 하면서 보는 것을 미뤄왔던 책이다.

2020년 bts의 한 멤버가 추천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다고 하는데, 인플루언서의 힘이라는 게 참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책 표지가 멍한 표정의 남자아이가 그려져있어서 '뭐 저런 책이 다 있지?'하고 생각만 하고는 항상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

자가격리 기간동안 체력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던 실정이다 보니 '책이라도 읽어보자'하고 읽게 되었는데, 글의 진행속도가 빨라서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초보 독서가도 거의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인 것 같다.

 

 



줄거리

 

주인공 윤재는 열여섯 살 소년으로 헌책방을 운영하는 엄마, 그리고 할머니와 셋이 살고 있다.

아미그달라라고 불리는 그의 편도체 크기가 유난히 작고, 뇌 변연계와 전두엽 사이의 접촉이 원활하지 못해서 그는 선천적으로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

 

윤재의 엄마는 아몬드 모양처럼 생긴 편도체가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각지에서 생산되는 아몬드를 먹이는데, 이 책의 제목이 아몬드라고 붙은 이유는 이 부분에서 온 것 같다.

 

주인공은 유년시절 동안 엄마와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최소한의 폭행이나 위험에 처하는 일은 면하게 된다.

하지만, 윤재의 열여섯 생일날 처지를 비관한 한 남성의 묻지 마 폭행으로 할머니를 잃고 엄마는 의식불명 상태가 되어버리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다.

그렇게 세상에 홀로 남겨진 그는 엄마 대신 헌책방을 운영을 해나가는데, 어느 날 전직 의사이자 건물의 주인인 심박사라는 사람이 찾아와 그에게 보호자 역할을 하게 된다.

 

주인공은 어느덧 고등학생 되고 학교에서 어두운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곤'이(본명 윤이수)를 만나게 된다.

곤이는 아무리 괴롭히고 화를 쏟아내도 다른 아이들과 달리 감정의 동요가 없는 윤재와 점점 우정을 쌓아가고 두 등장인물의 내면의 변화가 일어나며 성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작가 손원평에 대하여

 

1979년생인 손원평은 제33대 보건복지부 장관과 31대 경기도지사를 임했던 정치인 손학규의 둘째 딸이라고 한다.

서강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과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하며, 2001년 <씨네 21> 영화평론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영화평론가로 데뷔했다.

영화감독으로는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2005)], [너의 의미(2007)] 두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후, 2017년 장편소설 [아몬드]로 제10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등단하게 된다.

[아몬드]는 집필 5년 전 태어난 아이에게 감흥을 받고 쓰게 된 이야기라고 한다.

 


책을 읽고 나서

 

이 소설은 무엇보다 고정관념을 주된 화두로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고정된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조건이 맞는다면 충분히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계기가 사랑이고, 결과가 기적이라는 동화 같은 결말이 진부해서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쉬움이 남긴 했다.

 

작가는 주어진 조건을 딛고 감동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 작품을 통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꼭 위대한 사랑이 아니더라도 작은 관심과 지속적인 관심으로 사회는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뉴스에 나오는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식들은 더 많아지는데 우리는 그저 한 사건으로만 치부하고 내 일이 아니라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간다.

정상인들이 스스로 본인의 아몬드를 축소시키며 감정표현 불능증을 키워나가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하고 점점 공감 불능이 되어버린 요즘 현대인들이 한번쯤 꼭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결말이 희망적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 독자에 따라서는 명확하지 않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결말론적인 접근으로 볼 때는 얼마 전에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 하나도 생각난다.

일일드라마처럼 '그래서 주인공 모두 행복하게 살았대요.'라는 식의 결말로 친절하게 다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이런 책들이 불편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한번 더 생각할 기회를 주고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 줘서 좋다.

 

 

_ 소설 속 되짚고 넘어가 본 키워드 - 평범함에 대하여

 

책 내용 중에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라는데, 그러다 안 되면 평범함을 바란다는 부분이 있다.

그게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하면서 평범함을 바라는데, 사실 평범하다는 건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라는 점.

 

윤재의 할머니가 윤재의 엄마에게 바란 것도 평범함이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주인공 윤재도 감정표현 불능증이라는 장애를 가진 평범하지 못한 아이 었다.

모두들 '평범'이라는 말을 하찮게 여기고 쉽게 입에 올리지만 거기에 담긴 평탄함을 충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윤재는 평범함을 타고나지도, 그렇다고 비범하지도 않았다.

평범하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건데, 부모가 되면 내 자식이 위대한 사람이 되지 못할 바에 차선책으로 평범한 걸 바란 게 된다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 걸까?

아몬드 다음으로 나온 저자의 [서른의 반격]이라는 책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