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올 들어 가장 눈이 많이 내린 것 같다.
차도는 눈길이 그나마 나은 편인데 도보는 군데군데 빙판길이 많아서 걷기 힘들다 보니 주말 약속도 취소하고 어디 가지 말고 집에만 있을 예정이었으나 잠깐 나왔다가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주택을 개조한 카페 알롱지에 들러보기로 했다.
아쉽게도 차가 없으면 대중교통으로는 오기 힘든 곳인 것 같다. 천안 구석구석 예쁘고 좋은 카페들도 많은데 대중교통 인프라가 확실히 서울보다 좋지 못한 점이 아쉽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이정표. 폰트가 예뻐서 그런가 촌스럽고 튀는 디자인이 아니라 좋은데 눈 오는 날은 이정표가 안 보여서 못 찾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행히 주차할 공간이 한 군데 남아서 주차를 하고 카페 입구로 향했다.
카페 알롱지
Allongs-y ( Tea, coffee & gallery )
위치 : 충남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 용두 2길 39-1
영업시간 : 11:00 - 20:00
매주 월요일 휴무
홍차, 커피, 디저트 그리고 갤러리 카페인 알롱지 카페 안에는 개인 전시 작품들도 마련되어있는데 사장님이 예술에 조예가 깊으신 것 같다.
주차를 하고 매장에 들어가는 길에 인스타에서 미리 봤던 고양이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멀리 눈밭에서부터 폴짝폴짝 뛰어나오던 한 녀석!
롱이였다.ㅎㅎ 알롱지 카페 이름에서 따서 “롱” 이 인가보다.
카페에서 다른 작은 고양이까지 두 마리 봤는데 순서상 왠지 “지” 일거 같았는데 “알”이도 있는 걸까? 근데 이름이 롱이인데 통통해서 남편이 “통”이라고 불러야 되지 않냐며.ㅎㅎ 롱이든 통이든 아무튼 귀엽다.
사람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고양이였다. 계속 눈 맞춤하고 다리사이로 왔다 갔다 애교 부리던 아이.
카페 문 앞까지 에스코트해주는 스위트 한 녀석이었다.
왼쪽에 팝 떡 박스 안에 들어있던 작은 아기 고양이도 있었는데 엄청 시크하고 까칠한 녀석이라 박스 안에서 나오지를 않았다.
아기 고양이가 더 귀엽긴 하지만 난 역시 본체 이쁘면서 까칠한 아이들보다는 한 덩치 하더라도 행동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더 예쁘고 정이 간다.
매장 안쪽으로는 들어오지 않고 문 앞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는데 너무 예쁘다.
눈이 녹색빛을 띠고 있어 오묘하고 털빛도 예뻐서 흔한 길냥이는 아니고 왠지 품종묘였을 것 같은 느낌. 잠깐이지만 카페 앞까지 에스코트해준 롱 이덕분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 날씨가 덜 추운 날이면 밖에서 같이 놀아주고 싶었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들어선 매장 분위기는 급 유럽의 한 가정집을 방문한 느낌이 들었다.
입구 바로 들어서고 보였던 트리.
털 실뭉치로 오너먼트 볼을 달아둔 게 센스 있다.
이런 타입의 트리도 처음 본 것 같다.
알록달록 한 색보다 톤이 통일되고 베이지 한 색감이 따뜻한 느낌이 더 많이 들어서 포근해 보인다.
1층에는 네 공간으로 나뉜 테이블 좌석이 있어 보였는데 작년에 제주도에서 갔던 애월에 있던 초록달 과자점이 생각났다. 숲 속의 동화 속 집처럼 생긴 곳이었는데 중간중간 테이블이 놓여있고 가정집 분위기라 아늑하고 좋았다. 특히 겨울에 방문해야 특유의 포근함과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느껴진 것 같다.
핑크색 벽에 웨인스 코팅 몰딩까지 되어있던 이곳 테이블에 놓인 피규어를 보니 프러포즈를 준비하거나 기념일을 맞이한 연인들을 위한 이벤트 공간으로 알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이랑 가구들이 앤틱 한 디자인들이 많았는데 올려져 있는 장식물들이나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잘 어우러져서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내가 방문한 시간에는 손님들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런 장식물들은 어디서 다 구하신 걸까?
피아노 치는 고양이라니.ㅎㅎ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액세서리들도 많아 보였다. 살짝 프린세스 풍의 액세서리들이라 눈으로만 구경. :)
밍크 가방인가? 손가방 같아서 안에 핸드폰도 지플립처럼 작은 사이즈가 아니면 안 들어갈 것 같다.
아예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카페처럼 내부 전체가 커다란 크리가 놓여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앉은 테이블마다 놓여있던 미니어쳐 가구들이나 테이블 보 만으로도 충분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미니어처 가구들도 앤틱 한 게 고풍스럽고 피규어들하고 잘 어울려서 작품을 보고 있는 것 같다.
테이블마다 각양각색의 다양한 패턴으로 이루어져서 어느 자리에 앉아도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기 좋은 것 같다. 자리마다 놓여있는 장식품들이 다양하고 특색 있어서 좋다.
일행이 많다면 안 쪽 공간에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애프터눈 티 세트나 브런치 세트를 먹으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해서 이용하지 못했지만 연말 모임을 갖거나 근처에 가족들이 가까이 살면 예약하고 이런 곳에서 보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의자는 보통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는 것만 봤는데 나무로 되어있는 아기의자라서 매장 인테리어를 헤치지 않는 모습이라 좋다.
1층에는 이미 자리 차지된 테이블들이 있어서 2층으로 올라와서 둘러보던 중 가장 크리스마스스러워 보이는 테이블에 앉았는데 조용해서 좋았다.
크리스마스 체크 테이블보! 나도 오늘의 집에서 주문했었는데 크리스마스 다 지나고 오는 거 아닌 가 싶은 게 배송 지연이라…
11월에 주문했어야 하나 싶다;
➰세트메뉴
상류사회 사교모임에서 유래되서일까 가격이 꽤 부담스럽게 다가왔던 알롱지 애프터눈 티 세트.
2인 기준 6만 원이라서 정말 큰맘 먹고 시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내가 주문했던 홍차만 해도 눈으로 보는 재미가 상당했기에 한번쯤은 호사를 누려봤으면 싶다.ㅎㅎ
에그 베네딕트나 라따뚜이 세트는 1인 기준 25000원 식이었는데 다음번에 방문할 때는 예약을 하고 이용해보고 싶다.
홍차 디저트 카페로 알고 있어서 남편도 홍차를 마셔야 하나 싶었지만 커피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되어있어서 다행이었다.
웬만하면 어느 카페를 가거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기에 강요할 수는 없는;
가격대는 여느 카페에서처럼 5천 원에서 7천 원대로 형성되어있었다.
홍차가 메인인 카페라서 여러 종류의 홍차가 있었다. 나는 블렌딩보다 커피도 싱글 오리진을 좋아하는 타입이라 얼그레이 잎차로 주문했다.
1층에서 주문하고 받아와야 하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장님께서 준비하고 직접 가져다주신다며 자리에 계시면 된다고 하셨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구나 하고 위층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도착한 음료 트레이를 보고 ’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하고 감탄이 나왔다.
함께 가져다주신 냅킨 통이 포트넘 & 메이슨 틴케이스였는데 얼그레이도 여기껀가? twg만 돼도 감사하던데.ㅎ
하나도 안 떫고 부드럽고 향도 좋았다.
점심 먹고 이동했던 터라 배가 못 시켰었는데 스콘도 같이 먹을걸 하고 아쉬움이 들었다. 다음번 방문 때는 꼭 티세트를 먹어봐야겠다.
심지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 놓여있는 트레이도 정성 들인 모습이다.
홍차가 메인이지만 커피맛도 꽤 좋았다.
산미가 많이 느껴지지 않은 호불호 없는 구수한 타입의 원두 맛이었다.
눈이 어찌 나도 많이 내렸는지 테이블에 소복이 쌓여있다.
눈 오는 날 정경이 참 멋진 곳이다.
(조그마한 눈사람이라도 만들어 둘 걸 그랬나?) 슬슬 노을이 져 가며 어둑해지길래 일어서기로 했다.
뒷마당에 텐트 같은 게 설치되어있던데 캠핑 카페처럼 사용되는 용도인 걸까?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신발안으로 눈이 들어올까 봐 들어가 보지는 못 했다.
차가 아니면 이동하기 힘든 시골마을 길 안에 깊숙이 자리한 집이었지만
봄부터 와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겨울에서야 드디어 와 보게 됐는데 고양이도 있고 눈도 내려서 연말 분위기랑 찰떡이었던 특유의 아늑함 때문에 겨울이 가기 전에 한번 더 방문해보고 싶다.
갤러리 카페라서 그림 개인 전시도 되어있어서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도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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