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인기있는 베스트셀러인데 얼마전 한달전 서점에서 책 제목을보고 궁금해서 빌려보려고하니 도서관마다 다 예약이 차 있었다.
읽어야할 책이 많으니까 당장에는 안 읽어도 될 것 같아 일단 집근처 도서관이 그나마 예약순번이 두번째라 예약을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서 빌려왔다.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제목 자체가 굉장히 모순적이라 제목부터 끌리긴했는데 그래서 주목된 건가도 싶다.
책에서도 언급이 된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같으면서도 우리 정서에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소재로 둬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야기는 교직생활 정년퇴임 후 편의점 사장으로 일하던 염 여사가 어느날 서울역에서 파우치를 잃어버리는데 독고라는 이름의 한 노숙인이 찾아주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다른 노숙인들이 파우치 안 지갑에 있는 돈을 훔치려고 할때 가까스로 지켜내며 지갑 주인을 찾아주는 독고에게 인간미를 느낀 염 여사가 사례로 야간 알바 제의를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편의점 스토리가 전개된다.
초반에는 기존 편의점 알바생들과 편의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알콜성 치매에 곰같은 덩치로 행동도 어눌한 독고를 못 미더워하고 불편해 하지만, 저 마다의 고단한 삶과 사연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사람냄새나는 그런 책이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표현들로 쓰여져서일까? 보통은 한 챕터 읽으면 많이 읽었다 싶어서 도중에 그만읽기 일쑤인데 이책은 정말 한편의 드라마라도 보듯 술술 읽어졌다. 챕터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너무 개성있고 웃다가 울다가. 정말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이야기도 많아서 빠져들게 된 것 같다.
산해진미 도시락 中
30p. 은퇴한 노인이자 딱히 일과가 없어 보이는 할머니가 손녀의 두 시간 남짓을 챙겨주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염 여사에게도 일과는 있다. 편의점도 수시로 점검해야 하고, 교회 봉사도 해야하며, 치매 예방을 위한 영단어 필사도 매일 해야한다. 하지만 그런 염 여사의 일과는 딸이나 손녀의 일과 겹치면 후순위로 밀리는 게 당연한 것이 되고 만다.
ㅡ 회사를 다니지 않고 일을 하지 않으면 집에서 놀고 있으니까 남는 시간은 당연히 할애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가족구성원들이 있는 것 같다. 막상 회사에 있다고해서 웹서핑하거나 별로 생산적이지 않게 보내게 되는 경우도 있고, 반면 재택 근무로 집에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시간이 자유롭다고해서 내 정해진 루틴이나 규칙을 상대방이 당연시 해야하는 건 아니라고 봐서인지 참 격하게 공감되었던 부분이다.
삼각김밥의 용도 챕터 中
선숙은 사람들을 믿기보다는 개를 믿는 것을 택했다. 자신이 키우는 예삐와 까미야말로 그녀에게 충성했고 그녀만을 바라봐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노숙자 출신 곰탱이가 편의저에서 스무 날 밤을 새우며 의성마늘 햄과 쑥 음료를 아무리 먹어도 사람이 될 거라 믿지 않았다.
— 이 부분에서는 단군신화속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웅녀 이야기처럼 빗댄 표현이 피식 웃음을 자아냈다.
"내가 말이 너무 많았죠? 너무 힘들어서...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독고씨가 들어줘서 좀 풀린 거 같아요. 고마워요"
"그거예요."
"뭐가요?"
"들어주면 풀려요."
"아들 말도 들어줘요. 그러면....... 풀릴 거예요. 조금이라도."
그제야 선숙은 자신이 한 번도 아들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ㅡ 한해 한해가 갈수록 누군가의 이야기를 그냥 들어준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들을 나이는 아닌데 자기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본인 주장만 맞다고 고집부리는 기성새대와 부딪힐때 아쉬운 점이 이점이다. '너는 왜 그러는데? 그래서 어떻게 할건데?' 라고 따지는 게 아니라... '그렇구나. 그랬구나.' 라는 정도의 공감 한마디가 오히려 더 큰 위로나 격려가 되는 것 같다. 대화 하자면서 결국은 자기 하고싶은말만 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지 않나.
우리세대 또는 나보다 더 어린 친구들이 너무 세상 편하게 살았다며 노오력을 안한다고 비판하실때 나도 부모님과 마찰이 생긴다. 지금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하게 된 건 다 부모 세대 덕이라는 말씀 하시면서...
다 그나마의 아픔과 힘듦이 있고 그걸 극복해나가려고 하는데 응원이 아니라 소금뿌리는 말들만 하면서 '왜 너는 훌륭하지 못해? 다 걱정되서 하는말이야' 라고 하면 나라도 대화하고 싶지 않아진다.
이후 나왔던 게임할때 먹기 좋다는 삼각김밥을 선숙에게 건내며 꼭 편지도 같이 주라는 독고의 태도도 참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이야기를 정말 경청한 사람이 해줄 수 있는 태도 아닌가? 이것이야 말로 listen and respond.
싸울일이 생기면 항상 감정이 폭발하게 되는데 말없이 들어주기만 하고, 때로는 편지로 그 마음을 전하는 게 어려우면서도 필요한 순간이란 걸 느낄때가 있다. 카톡이 생긴이후로 너무 짧은 단발성 대화가 오가다보면 오해하는 점들도 많아져서 나도 이사오고 나서 식구들이랑 별거 아닌 일로 신경전을 벌이곤 했는데 안 되는 글실력으로 편지라도 써봐야 하나 싶어졌다.
불편한 편의점 中
캐릭터는 결국 과거의 끔찍한 감정적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고, 그런 상황에서 무엇을 지키고자 했는가가 그의 앞날이 된다. 독고 씨는 눈을 감았고 등을 돌렸다. 하지만 현재 그는 회복되고 있으며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상처를 돌아볼 용기와 힘을 조금씩 채우고 있었다.
ㅡ 사람들에 의해 상처받았을텐데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회복될 수 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Always 中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ㅡ 관계와 소통이라...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건 일방적이지 않은 상대방과 소통을 중요시하라는 것 같다.
살기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늘 장애물처럼 걸렸던게 어떤 관계에서든 대인관계가 좋지 못할때이곤했다. 대부분은 주로 같이사는 가족과의 마찰이 생길때곤 했지만. 결국 삶은 관계고 관계는 소통이라니, 내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문장이기도 했다. 주변사람들에게 잘 해야하는데 막상 관계가 너무 가까워지면 실망하고 소통하려하지 않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막상 알면서도 잘 안되는 게 인간관계인데. 그래서 사는 게 힘들다고 하는걸까?
결말이 속시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따뜻했다. 결국은 사람사는 이야기.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데 진부하지 않고 여러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해서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다보니 옥수수 수염차가 알콜중독완화에 도움을 주는 건가 궁금해서 효능을 찾아봤는데, 해독에 도움이 된다는 효능이 있긴했다. 과학적으로 실험을 통해 검증이 된건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간 겅강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으며 체내에 남아있는 모든 유형의 독소 제거를 촉진하는데 아주 좋다고 해서 저자가 소재로 이용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실제 과학적 효능보다는 플라시보 효과가 더 강하다는 느낌이긴 하지만...
나도 옥수수 수염차는 아니지만 요새 보리차보다는 옥수수차를 주로 끓여마시긴하는데 달달해서 맛있기는 하다. 건강에도 좋다하니 옥수수 차라도 가족과 함께 마시며 책에 대해 이야기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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