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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daily

독서기록 - 소설 파친코 2권 읽고나서 (개정판 재출간 소식)

by 미스집오리 2022.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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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티비는 무료 체험도 일주일밖에 안 주고, 막상 볼 것도 많은데 파친코 때문에 구독을 시작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돼서 드라마 파친코는 유튜브 요약본으로 몇 편 본 게 다였다.

하지만 막상 요약본으로만 보다보니 책으로 읽어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번역서가 갑자기 판매 중단되면서 책을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품귀현상이 발생했다고 들었다.

'3월 말 서점에 갔을 때 사야 했던 것인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갑자기 수요가 급증하니까 이참에 이득보고 되팔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책으로 재테크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다니. 정말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못 읽게 되거나 웃돈까지 주면서 읽어야 하는 현상태가 참으로 불편하다.
포켓몬 빵도 그렇고 유난스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런게 인간의 심리인 건가 싶다.

 



갑자기 판매가 중단된 이유가 뭔지 찾아보니 '선인세'때문에 기존 판권이 종료되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 선인세란?

- 미리 주는 인세 (계약금)
선인세는 장르나 작가마다 달라서 정해진 바는 없다고 하는데, 결국 작품의 가능성을 보고 부여되는 거라 보통 초보 저자의 경우나 첫 작품의 경우는 많아야 백만 원 정도의 계약금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기존 출판사와 판권 계약이 종료되고 나면 저자의 결정에 따라 계약기간이 연장되거나 종료될 수 있는데, 2017년 이민진 작가와 5년 계약을 맺었던 출판사 문학사상은 지난 4월 21일 만료된 판권을 재계약하기 위해 협의했지만, 이 작가의 파격적인 제안으로 선인세를 두고 의견 차이가 커서 최종적으로 계약 연장이 무산된 것이었다.

결국 판권 문제로 4월 13일 오전 10시부터 온라인 서점에서는 판매가 중단되었고,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21일까지 판매가 되었던 것이다.

파친코 책이 다시 출간되려면 기존 출판사의 번역본은 그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아예 번역을 새롭게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출간이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문학사상의 기존 번역서의 중고가가 3배까지 뛰어오르게 되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인플루엔셜 출판사와 선인세 10억, 인세 8%로 계약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었고, 예약판매 시작과 함께 다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는데 그 인기가 아직까지도 굉장한 것 같다.

 

 

 

yes24 홈페이지 캡쳐본

 

문학사상 대신 인플루엔셜이 새로 판권을 따낸 파친코 1권 개정판은 이달 27일 정식 출간되며 28일부터 출고 예정이라고 했다. (2권은 8월 말에 출간 예정)

 

그러고 보니 인플루엔셜 출판사의 파친코 책 표지는 문학사상의 책 표지와 다르게 파친코 기계의 모습은 빠지고 꽃과 나비 문양으로만 그려져 있다.

 

작품의 제목을 생각하면 문학사상의 겉표지가 더 잘 표현해 낸 것 같기는 하다.

 

한국사 배경이기도 해서 차라리 이참에 원서를 읽어야 하는 것인가 살짝 고민이 되기도 했는데, 남편이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2권만 있는 걸 보고 빌려다 줘서 2권이라도 먼저 읽어볼 수 있었다.

구상부터 탈고까지 장장 30년의 세월이 걸렸다니;

 

 

원래 1권을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했었는데 이제는 예약도 불가한 상태가 돼버려서 1권은 목차로만 대신해야 하나 싶었는데, 2권 책 커버에 1권의 대략적인 줄거리가 쓰여있어서 다행이었다.

헌데, 드라마 요약본도 읽고 1권의 줄거리를 보고 2권을 접한 나로서는 바로 이해가지 않는 부분들이 더러 있었다.

모자수의 아들 이야기가 나오는 시대와 솔로몬의 직장동료는 전혀 나오지 않아서 각색된 드라마를 먼저 접한 게 아무래도 책을 읽는 데 방해 요소가 된 것 같다.

이민진 작가의 필력 덕분인 건지, 몰입에 큰 지장을 끼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책이 더 정교하게 설명해준 탓일까, 2권 자체만으로도 확실한 흡입력이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불편한 부분이 있었는데, 선자 외에도 소설 속에서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대부분 남성의 욕망적 시선으로 외모 같은 부분으로만 여성의 인격이 단순화된 것 같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책이 시간의 순서대로 흘러가는 2권 내용이 드라마보다는 오히려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흐름이 끊기지 않아서 좋았다.

 

2권의 줄거리는 오사카에서 선자의 가족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초반에 극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으로 보였던 솔로몬 보다는 선자의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의 스토리가 조금 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선자와 한수 사이에서 태어난 노아는 조선인인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데, 일본인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해서 일본의 명문대학 와세다 대학교에 합격하고, 한수의 도움으로 대학 등록금을 받아 학교를 다니게 된다.

그러나, 몇 년 뒤 자신의 생부가 야쿠자 한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고, 이후 와세다 대학 과정을 포기하고 잠적해버린다.

 

반면, 선자와 이삭 사이에서 태어난 모자수는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해, 파친코에서 일을 하는 이웃 고로 사장의 권유로 업계에서 일을 익히며 일찍이 취직을 했다. 일본에서 자이니치로서 돈과 권력, 신분상승을 가져다주는 유일한 수단이 파친코 말고는 좋은 일자리나 성공을 할 수 없었기에, 모자수는 파친코 사업을 점점 더 확장해 나아갔다.

 

이후 이야기까지 다 언급하기에는 스포가 되므로 생략한다.

 

 

 

p.95

장로교회 목사였던 아버지는 하나님의 의도를 믿었지만, 모자수는 인생이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기대하는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희망의 여지가 남아있는 게임에 손님들이 빠지는 이유를 모자수는 이해할 수 있었다.

 

p. 360

이 세상은 더러워, 솔로몬. 깨끗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살아가는 건 더러워지는 거야.

 

그럭저럭 읽을 만은 했지만 위 두 구절 빼고는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없었다.

 

미국에서 인기가 유독 많았던 이유는 역시 미국이란 나라가 이민자의 나라이기 때문인 것 같다.

마음의 고향을 잃어버린 교포들은 태어난 나라에서도 그 나라 사람으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살고 있는 나라에서도 멸시와 차별을 받는 이민자들이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된다.

 

지금은 강제 이주나 이산이 되는 시대가 아니라 다문화가 인정되는 시대임에도 여전히 단일민족이라는 잣대가 타민족에 대한 차별을 일으켜 책에서 시사하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1권을 읽지 않은 채로 2권을 읽어서 일까 극의 전개가 너무 급작스럽고 캐릭터들의 심리묘사가 잘 파악되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평론가들이 극찬할 만큼 정말 좋은 책인지는 잘 모르겠다.

 

결론적으로는 2권만 먼저 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으나 결말을 접하고 나서는 1권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는 게 이번 책을 읽고 난 찜찜한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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