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대구 벚꽃이 일찍 펴서 3월 중순부터 개화하기 시작하고 3월 말에는 만개였다고 해서 여행일정을 일찍 잡았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싶었던 대구여행.
하필 컨디션도 난조인 데다가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서 영 찜찜하던 찰나였는데 대구 목련아파트 덕분에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목련은 원 없이 봤다.
내가 봤던 목련나무 중에 가장 크고 풍성한 목련 나무가 심어진 곳이라 가히 명소라 일컬을 만 하지만, 관광지가 아닌 주민들이 생활하는 곳이니 주민분들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조용조용히 홀로 또는 둘 정도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지산목련아파트
위치 : 대구시 수성구 용학로42길 13
방문일자 : 2024년 3월 26일
총 12개동으로 이뤄진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소형 평수의 아파트로 1986년에 지어져서 햇수로 38년이나 된 구축 아파트인 지산 목련아파트.
여행 첫날 동대구역 근처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점심 먹자마자 버스 타고 바로 이동했었는데 한 번에 바로 오는 버스가 없어서 한번 갈아타야 했었다.
이번 대구여행에서 지하철보다 버스를 많이 타게 됐었는데 신기한 게 대구는 버스 정류장에 '~건너'가 많이 붙어있었다.
상행 하행 나눠서 반대편은 '~건너'를 붙였다고 하는데 신기한 게 우리가 꼭 이동하고 내리는 목적지 장소마다 거의 건너가 붙었던 정류소였다.
어찌 이렇게 목련을 가로수처럼 잔뜩 심고 이름도 목련아파트라고 지을 생각을 했을까?
아파트 단지나 가로수로 길가에 조성된 나무들을 보면 항상 한그루 한 그루씩 심어져 있어서 별 감흥이 없던데 이런 식으로 군락지를 형성해서 심으면 특색 있고 좋은 것 같다.
막상 아파트 주민들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오래된 아파트가 주는 향수 같은 게 있어서.
신축아파트는 보면 워낙 개인주의가 심하기도 하고 지켜야 할 규칙이 깐깐하게 정해져 있다 보니 이럴 땐 구축아파트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살면서 불편한 점들도 있을 터라 각각의 장단점은 존재하는 것 같다.
동백꽃도 한그루 있고 곳곳에 노란 산수유도 보였다.
아파트 높이가 낮아서 아담한 구축 건물과 군데군데 꽃들이랑 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이 참 정겹다.
대구는 부산만큼 도시 곳곳에 명소라 할 만한 곳을 못(없는 게 아니라 벚꽃 여행으로 간 건데 벚꽃이 개화를 안 한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봤다 싶었는데, 확실히 중심 번화가에는 고층 건물이 많아서 서울과 뭔가 다를 게 없다는 인상이 깊었다.
그래서일까 유일하게 지산 목련아파트가 특색 있게 느껴졌다.
올라갈수록 더욱더 만개한 형태의 목련나무가 보여서 기분 좋았다.
힘을 내서 저 담벼락 끝까지 가보는 거야~
신기한 게 반은 목련이 폈고 반대쪽은 아직 개화가 안 됐던 상태.
단지 가장 끝 동으로 이동해서 보니 담벼락에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모습도 멋졌다.
입구 화단에 초록초록 잔디와 식물이랑도 잘 어울려서 막상 주차된 차들도 사진 찍는데 거슬리지 않았다.
단지 가장 윗부분까지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뷰로 찍으니 한층 더 멋졌다.
왼쪽에 목련도 만개했었다면 완벽했겠지만 이 정도도 충분하다고 만족.
우산 들고 힘겹게 올라서 사진을 찍으니 위에 계셨던 주민분이 유투버냐고 물어보셨는데, 유투버는 아니고 그냥 취미로 좋아서 사진 찍는 거라고 말씀드렸다.
막상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작가도 아닌 애매한 나의 포지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던 일화.ㅎ
사진찍는 우리를 보시더니 여기가 정말 명당인 곳이라며 가족들 데리고 이곳 배경으로 사진 찍어야겠다고 하셨는데 좋게 말씀해 주셔서 다행이었다.
이런 좋은 곳들이 참 혼자보기 아깝다 싶어서 공유하게 되다가도 막상 핫한 플레이스가 돼서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쑥대밭을 만들고 사라지게 되는 현상은 참 씁쓸하다.
예전에는 주차된 차들이 사진 찍을 때마다 거슬리곤 했는데
이렇게 색감이 예쁜 차들은 또 같이 찍어주면 예뻐 보이고 그러네.
역시 목련꽃 빨 받은 건가?
목련은 꽃잎 모양이 꼭 조명같이 생긴 것 같다.
햇빛 받으면 조명에 불 들어온 것 같아 한층 더 화사하고 예쁘다.
살구꽃인 것으로 추정되는 꽃잎
아닌가?
한그루만 있던 데다가 꽃잎이 활짝 많이 펴있던 상태는 아니었어서 헷갈린다.
매화랑 벚꽃은 그래도 이제 좀 구분이 가는데.
어렵네;
목련은 시기는 잘 맞췄는데 흐린 날씨가 영 아쉬워.
그래도 한 시간 넘게 찍고 돌아다녀서 그런가 슬슬 해가나기 시작했었는데 첫날 여행지라 다른 곳도 둘러봐야 했기에...
이제 슬슬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려고 하니까 왜 하늘이 맑아지는 건데...
다시 위로 올라가봐야하나 싶었지만 구름이 왼쪽으로만 걷힌 상태였어서 어차피 같은 뷰 일 것 같았다.
비교적 한 쪽만 파란 하늘...
아파트 입구 경비실 있는 곳까지 다 내려오고 나니까 공중전화부스 쪽에서는 햇빛까지 들이쳤는데 더는 지체할 수 없어서 목련잎 사진만 찍고 이동하기로 했다.
상태 괜찮은 목련잎으로 고른다고 골랐는데도 생각보다 깨끗하지 않네;
목련풍선 불려면 무엇보다 목련잎이 야들야들해야 하는데 떨어진 잎보다는 매달려 있는 잎들이 많았던 상태라 목련 풍선을 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목련을 원 없이 보려면 만개한 시즌에 방문해 방문하는 게 좋지만 주민분들이 생활하는 곳이니 너무 시끄럽게 몰려다니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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